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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똑똑한 동물 순위가 매번 다른 이유

Gen IQ 편집팀8분 분량

“가장 똑똑한 동물 순위” 같은 목록이 인터넷에 수천 개 있는데, 신기하게도 다 달라요. 자료가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애초에 줄 세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서 그래요.

철사를 구부린 까마귀

2002년 옥스퍼드 연구진이 뉴칼레도니아까마귀 두 마리에게 문제를 냈어요. 좁은 통 바닥에 먹이가 든 작은 양동이가 있고, 옆에는 곧은 철사와 구부러진 철사가 하나씩 놓여 있었죠.

수컷이 구부러진 철사를 먼저 채갔어요. 남은 건 곧은 철사뿐. 베티라는 이름의 암컷은 그 철사 끝을 통 가장자리에 대고 눌러서 갈고리를 만든 다음, 양동이를 걸어 올렸습니다.

이 장면은 도구 제작의 대표 사례로 20년 넘게 인용됐어요. 그런데 뒷이야기가 있어요. 나중에 야생 뉴칼레도니아까마귀를 관찰해 보니, 이 종은 원래 나뭇가지를 구부려 갈고리 도구를 만들더라는 거예요. 베티는 없던 발상을 해낸 게 아니라 이미 가진 기술을 낯선 재료에 적용한 쪽에 가까웠던 거죠.

덜 대단해졌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같은 행동도 배경 지식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얘기예요. 동물 지능 순위표가 서로 어긋나는 첫 번째 이유가 여기 있어요.

이솝 우화를 진짜 실험으로 만든 사람들

물병에 돌을 넣어 수면을 올린 까마귀 이야기, 이솝 우화잖아요. 2009년에 연구진이 이걸 실제 과제로 만들었어요. 물이 조금 든 통에 벌레를 띄워 놓고 옆에 돌을 놔둔 거죠.

떼까마귀들은 돌을 넣어 수면을 올렸어요. 필요한 개수를 대체로 맞춰서 넣었고, 큰 돌을 먼저 골랐습니다.

물리적 인과를 이해하는지 보는 과제인데, 여기엔 조건이 붙어 있어요. 부리로 물체를 집어 옮길 수 있어야 하고, 통 안을 들여다보는 시각이 있어야 하죠. 개한테 같은 과제를 주고 실패했다고 해서 개가 인과를 모른다고 할 순 없어요. 개는 돌을 부리로 집지 않으니까요.

거울 테스트는 자기 인식만 재는 게 아니에요

1970년 고든 갤럽이 만든 거울 테스트는 지금도 자기 인식의 표준 검사로 불려요. 마취 상태에서 이마에 표시를 하고 깨어난 뒤 거울을 보여줘요. 거울이 아니라 자기 이마를 만지면 통과예요.

통과가 보고된 목록은 짧아요. 대형 유인원, 일부 돌고래, 아시아코끼리 한 개체, 까치. 2019년엔 청소놀래기라는 물고기가 통과했다는 보고가 나와서 논쟁이 붙기도 했고요.

개는 통과하지 못해요. 그런데 개는 눈으로 세상을 파악하는 동물이 아니잖아요. 2017년 알렉산드라 호로위츠는 냄새로 같은 논리의 과제를 설계했어요. 자기 소변 냄새와 거기에 다른 냄새를 섞은 것을 놓고 반응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는데, 개는 변형된 쪽에 훨씬 오래 머물렀습니다.

거울 테스트는 자기 인식을 재요. 그리고 시각 의존도도 같이 재요. 이 둘을 안 나누고 순위를 매기면 눈으로 사는 동물이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사람을 이긴 침팬지

2007년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의 이노우에와 마쓰자와가 발표한 실험이 있어요. 화면에 1부터 9까지 숫자가 무작위 위치에 잠깐 떴다가 흰 사각형으로 덮여요. 기억한 위치를 순서대로 눌러야 하죠.

아유무라는 어린 침팬지는 숫자가 0.2초만 노출된 조건에서 인간 성인 참가자보다 정확했어요.

물론 반론도 곧바로 나왔어요. 2009년 실버버그와 컨스는 아유무가 이 과제를 수년간 훈련받은 반면 인간 참가자는 처음 해봤다는 점을 지적했고, 사람에게도 충분히 연습시키면 격차가 줄어든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논쟁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어요. 다만 확실한 게 하나 있죠. 어떤 과제에서는 침팬지가 사람보다 잘해요. “누가 더 똑똑한가”라는 질문이, 과제 하나를 고르는 순간 답이 정해져 버리는 종류의 질문이라는 뜻이에요.

아예 뇌 구조가 다른 경우도 있어요

문어는 뉴런이 약 5억 개인데, 그중 3분의 2 정도가 머리가 아니라 팔에 있어요. 팔 하나하나가 꽤 많은 처리를 독립적으로 합니다.

이런 신경계에 “IQ”를 매긴다는 발상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워요. 사람의 지능검사는 하나의 중앙 처리 체계를 전제하고 설계된 거니까요.

새도 비슷한 얘기를 던져요. 조류는 포유류의 대뇌피질에 해당하는 층상 구조가 없어서 오랫동안 인지 능력이 낮으리라 여겨졌거든요. 2016년 올코비치 연구팀은 조류의 전뇌가 비슷한 무게의 포유류 뇌보다 뉴런을 훨씬 촘촘하게 담고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까마귀와 앵무의 똑똑함은 구조보다 밀도로 설명되는 쪽에 가까운 셈이죠.

회색앵무 알렉스는 아이린 페퍼버그와 30년을 함께하면서 100개 안팎의 단어 라벨을 익혔고 같음과 다름 같은 개념도 다뤘어요. 인상적이지만 개체는 하나였고 훈련 기간은 수십 년이었죠. 종 전체의 능력으로 일반화하기엔 조심스러운 자료예요.

순위표 대신 능력 지도로 보면 이래요

지금까지 나온 문제를 모아보면 이래요. 과제는 특정 감각과 신체를 전제하고, 개체의 훈련량이 결과를 좌우하고, 종마다 신경계 구조가 다릅니다. 이 상태에서 하나의 축에 줄을 세우면 그건 동물의 지능이 아니라 연구자가 고른 과제의 성격을 보여주게 돼요.

두드러지는 영역확인된 과제
뉴칼레도니아까마귀도구 제작철사 갈고리 만들기
떼까마귀물리적 인과이솝 우화 물통 과제
침팬지순간 시각기억숫자 위치 기억 (아유무)
돌고래·코끼리거울 자기 인식표시 테스트
냄새로 자기와 남을 구분후각 자기 인식 과제
회색앵무상징과 개념같음/다름 판단 (알렉스)
문어분산 처리와 탐색용기 열기, 미로
같은 자료를 순위가 아니라 영역별로 배치하면 이렇게 됩니다.

사람만 순위를 매길 수 있는 이유

여기까지 오면 사람의 지능검사가 왜 가능한지가 오히려 선명해져요. 사람이 특별히 정교해서가 아니라, 조건이 유리해서예요.

사람은 지시문을 이해하잖아요. 그래서 수천 명에게 똑같은 과제를 똑같은 조건으로 낼 수 있어요. 그렇게 모은 분포 위에서 개인의 위치를 되돌려 준 게 IQ 점수예요. 자세한 구조는 IQ란 무엇일까요에 정리했어요.

까마귀한테는 못 시키지만 우리한테는 시킬 수 있는 과제가 있다는 것. 생각해 보면 꽤 재밌는 일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가장 똑똑한 동물은 무엇인가요?

하나로 정하기 어려워요. 과제마다 유리한 감각과 신체가 다르고 개체의 훈련량도 결과를 크게 바꾸거든요. 도구 제작은 뉴칼레도니아까마귀, 순간 시각기억은 침팬지, 거울 자기 인식은 유인원과 돌고래처럼 영역별로 보는 게 실제 자료에 맞아요.

까마귀 IQ는 몇인가요?

숫자로 답할 수 없어요. IQ는 같은 종 안에서 표준화된 과제를 실시해 만든 분포 위의 위치인데, 까마귀를 대상으로 그런 분포가 만들어진 적이 없거든요.

개는 왜 거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나요?

개는 시각보다 후각에 의존하는 동물이라서예요. 2017년 냄새로 같은 논리를 구현한 과제에서는 개가 자기 냄새와 변형된 냄새를 구분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침팬지가 사람보다 기억력이 좋은가요?

특정 과제에서는요. 2007년 교토대 실험에서 어린 침팬지 아유무는 0.2초 노출 조건의 숫자 위치 기억 과제에서 인간 성인보다 정확했어요. 다만 인간 참가자의 연습량이 적었다는 반론이 있어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