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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는 빨강은 내가 보는 빨강과 같은 색일까요

Gen IQ 편집팀8분 분량

빨강을 볼 때 제 뇌에서 일어나는 경험과 당신 뇌에서 일어나는 경험이 정말 같은 건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철학에서는 이걸 역전 스펙트럼(inverted spectrum) 문제라고 불러요. 그런데 생물학으로 가면 이건 사고 실험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같은 꽃을 보는 벌과 사람은 문자 그대로 다른 색의 세상에 살고 있어요.

원추세포가 3개라는 건 제한이에요

사람의 망막에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cone cell)가 있습니다. S(파랑), M(초록), L(빨강) 각각 반응하는 파장대가 다르고, 이 세 신호의 조합으로 우리는 약 100만 가지 색을 구별해요.

100만이면 충분해 보이죠. 하지만 가시광선은 전자기 스펙트럼의 극히 일부이고, 원추세포 3개로 만드는 색 공간은 실제 빛의 물리적 다양성을 많이 생략합니다. 예를 들어 580nm 단색광과, 빨강+초록을 섞어 만든 580nm '같아 보이는' 빛은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신호인데 우리 눈에는 동일한 노란색으로 보여요. 이걸 메타메리즘(metamerism)이라고 합니다.

원추세포가 더 많으면 이 착시가 줄어들어요. 그리고 실제로 더 많은 생물이 있습니다.

갯가재는 원추세포가 16개입니다

갯가재(mantis shrimp)의 눈에는 광수용체가 16종류 있어요. 자외선부터 인간이 보지 못하는 깊은 빨강까지, 감지 범위 자체가 다릅니다.

그런데 2014년 셸턴(Thoen) 연구팀이 실험해보니, 갯가재는 인간보다 색 구별을 못하는 결과가 나왔어요. 가까운 파장의 두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16개 채널을 정교하게 비교하는 게 아니라, 각 채널을 독립적인 '바코드'처럼 쓰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간 뇌는 3개 채널의 신호를 섬세하게 비교해서 100만 색을 만들어내지만, 갯가재는 16개 채널로 대충 훑어요. 수가 많다고 더 정교한 건 아닙니다. 처리 방식이 다른 겁니다.

벌은 꽃에서 활주로를 봅니다

꿀벌의 원추세포는 3개지만 감지 범위가 다릅니다. 빨강을 거의 못 보는 대신 자외선(300~400nm)을 봐요. 사람 눈에 단색인 노란 민들레가 벌에게는 꽃잎 중심부와 가장자리가 다른 패턴으로 보입니다.

이 패턴을 넥타 가이드(nectar guide)라고 불러요. 꽃잎의 자외선 반사율 차이가 꿀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 역할을 합니다. 사람이 공항 활주로 조명을 따라가듯, 벌은 이 보이지 않는 표지판을 따라 꿀로 직행해요.

같은 꽃밭에 서 있어도, 사람은 노란색 꽃들의 바다를 보고 벌은 각 꽃마다 고유한 착륙 안내 패턴을 봅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각, 완전히 다른 시각 세계예요.

4색형 인간이 존재합니다

인간 중에도 원추세포가 4개인 사람이 있어요. L 원추세포 유전자 변이로 인해 빨강-주황 경계에서 추가적인 피크를 가진 네 번째 원추세포가 생기는 건데, 이걸 4색형 색각(tetrachromacy)이라고 합니다.

2010년 조던(Jordan) 연구팀은 영국에서 기능성 4색형 여성을 확인했어요. 이 여성은 일반인이 동일하게 보는 두 색을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4색형 색각은 X 염색체 연관이라 여성에서만 발현할 수 있고, 이론적으로는 여성의 약 12%가 네 번째 원추세포를 가지고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그걸 기능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왜 드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아요. 원추세포가 존재하는 것과 뇌가 그 신호를 별도 채널로 처리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게 유력한 설명입니다.

개는 세상이 파랑과 노랑입니다

개는 원추세포가 2개(S, L)예요. 인간의 M 원추세포에 해당하는 것이 없어서, 빨강과 초록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초록 잔디 위에 던진 빨간 공이 개에게는 같은 색 배경 위의 같은 색 물체로 보여요. 개가 공을 코로 찾는 이유가 있습니다.

색을 '안다'는 것과 '본다'는 것

여기서 원래 질문으로 돌아와요. 당신의 빨강과 내 빨강이 같은지는 결국 확인할 수 없습니다. 각자의 뇌 속 주관적 경험(철학 용어로 '퀄리아')은 1인칭에서만 접근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게 있어요. 색 신호가 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손실되는지는 측정 가능합니다. 2008년 장과 럭(Zhang & Luck)에 따르면, 시각 작업기억이 동시에 유지하는 색은 3~4개에 불과해요.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 색은 가장 가까운 범주 쪽으로 밀려납니다. '미묘한 산호색'이 기억에서는 그냥 '빨강'이 됩니다.

본 색과 기억한 색의 차이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면, 컬러툰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어요. CIE ΔE*00 색차 공식으로 본인의 색 기억 정확도를 재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4색형 색각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온라인 테스트로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모니터 자체가 RGB 3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4번째 원추세포가 반응할 자극을 만들 수 없어요. 확인하려면 분광기를 이용한 실험실 검사가 필요합니다.

색각 이상이 있으면 색을 덜 보는 건가요?

축이 줄어드는 거지 전체 색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적록 색각 이상이 있으면 빨강-초록 축의 구별이 어렵지만, 밝기 기반 구별은 오히려 더 정확할 수 있어요. 남성의 약 8%에서 나타납니다.

동물은 색을 어떻게 보는 건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광수용체의 분광 감도를 측정하면 그 동물이 반응하는 파장대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뇌에서 어떤 색 경험이 만들어지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어요. 색 구별 능력은 행동 실험으로 측정합니다.

모니터 색이 달라도 컬러툰 결과는 유효한가요?

같은 모니터에서 본 색과 같은 모니터에서 맞추는 색의 차이를 재는 방식이라, 모니터의 절대적 색 정확도보다는 기억의 정확도를 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