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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박정현, 성시경: 절대음감 가수들의 귀는 뭐가 다를까

Gen IQ 편집팀8분 분량

이무진과 일본 가수 리세 미나미가 함께 음을 맞추는 영상이 화제가 됐어요. 기준음 없이 정확한 음이름을 즉시 말하는 모습에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박정현, 성시경, 이무진 등이 절대음감 보유자로 자주 언급되는데, 이 능력은 정확히 뭐고, 얼마나 드문 걸까요.

절대음감은 인구의 0.01% 미만이 가집니다

절대음감(absolute pitch)은 외부 기준음 없이 들리는 음의 이름을 식별하는 능력이에요. 피아노 한 건반을 아무거나 누르면 그게 C#4인지 F5인지 바로 알아맞히는 겁니다. 서양 인구 기준으로 약 0.01%, 즉 1만 명에 1명꼴로 추정돼요.

동아시아에서는 비율이 약간 높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2006년 도이치(Deutsch) 연구팀이 중앙음악원 학생들을 조사했을 때, 만다린어 원어민의 절대음감 비율이 영어 원어민보다 유의미하게 높았어요. 성조 언어에서는 같은 음절도 음높이에 따라 뜻이 달라지니까, 어릴 때부터 음높이를 범주적으로 구별하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한국 가수 중 절대음감으로 알려진 사람들

한국에서 절대음감으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가수는 박정현(Lena Park)이에요. 여러 방송에서 일상 소음의 음높이를 맞추는 장면이 알려지면서 대중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성시경도 절대음감 보유자로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이무진이 《놀라운 토요일》 등 예능에서 음을 정확히 짚어내는 모습이 주목받았어요.

다만 방송에서 보여주는 시연과 학술적 의미의 절대음감은 구별이 필요합니다. 학술적으로 절대음감을 확인하려면, 기준음 없이 무작위 순음을 듣고 반음 이내로 음이름을 맞히는 검사를 통과해야 해요. 방송은 대부분 피아노 음을 사용하는데, 피아노의 음색 자체가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순음(사인파)으로 바꾸면 난이도가 올라가요.

이무진과 리세 미나미 영상이 화제가 된 이유

두 사람의 영상이 주목받은 건, 단순히 음을 맞힌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나라, 다른 언어, 다른 음악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음높이라는 공통 언어로 즉시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절대음감은 언어와 무관하게 작동합니다. 도레미파솔라시는 이탈리아어 체계이고, CDEFGAB는 영미권 체계인데, 어떤 체계를 쓰든 가리키는 주파수는 같아요. A4는 어디서든 440Hz입니다. 절대음감 보유자들이 국경을 넘어 바로 통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절대음감은 '더 잘 듣는'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절대음감을 '뛰어난 청력'으로 오해해요. 실제로는 청력과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자토레(Zatorre) 연구팀의 fMRI 연구에 따르면, 절대음감 보유자의 뇌에서 두드러진 차이는 좌측 측두평면(planum temporale)의 크기였어요. 이 영역은 소리를 듣는 청각 피질이 아니라, 들은 소리에 범주 레이블을 붙이는 데 관여합니다. 절대음감은 '더 잘 듣는' 능력이 아니라 '들은 것에 이름을 자동으로 붙이는' 능력에 가까워요.

이걸 색각에 비유하면 이해가 쉬워요. 우리 모두 빨강을 보면 '빨강'이라는 레이블이 자동으로 떠오르잖아요. 절대음감 보유자에게 A4 = 440Hz는 그 정도로 자동적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음을 들어도 레이블 없이 그냥 '높다/낮다'로만 처리하는 거예요.

절대음감의 의외의 불편함

A4 = 440Hz는 현대 표준이지만, 바로크 시대에는 415Hz가 일반적이었어요. 절대음감 보유자가 바로크 피치로 연주된 바흐를 들으면 모든 음이 반음 낮게 들려서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앙상블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합주에서는 다른 연주자에 맞춰 미세하게 음높이를 조절해야 하는데, 절대음감 보유자는 자기 내적 기준에서 벗어난 음을 허용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나이가 들면서 내적 기준 음높이가 올라가는 현상도 보고돼 있어요. 평생 기준이었던 A가 어느 날부터 A#으로 들리기 시작하면 꽤 혼란스러울 겁니다.

절대음감이 없어도 음높이를 꽤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1994년 레비틴(Levitin)이 진행한 실험이 있어요. 음악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에게 익숙한 노래를 직접 불러달라고 했더니, 참가자의 약 40%가 원곡 키의 반음(100센트) 이내로 정확하게 불렀습니다.

레비틴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우리 모두 절대적 음높이 정보를 장기기억에 저장하고 있지만, 그걸 음이름 레이블로 변환하는 능력만 없을 뿐이라고. 절대음감이 '가진 것'과 '없는 것'의 이분법이 아니라, 레이블링 능력의 연속 스펙트럼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음감 테스트에서 중요한 건 음이름을 맞히는 게 아니라, 두 음의 차이를 얼마나 미세하게 구별하는지예요. 훈련된 음악가가 구별하는 최소 차이는 약 5~10센트, 비음악인은 25~50센트 정도입니다. 음감 테스트에서 본인의 구별 한계를 센트 단위로 확인해 볼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절대음감은 타고나는 건가요 훈련되는 건가요?

유전적 소인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발현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절대음감 보유자는 6세 이전에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어요. 성인이 된 뒤 훈련으로 습득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음감이 좋으면 노래도 잘하나요?

음감과 가창력은 별개예요. 음감은 음높이를 인지하는 지각 능력이고, 노래는 성대와 호흡을 제어하는 운동 능력입니다. 음을 정확히 들어도 목이 따라가지 않는 경우는 흔해요.

음치는 고칠 수 있나요?

선천적 실음악증(congenital amusia)은 인구의 약 4%에서 나타나며, 이 경우 훈련 효과가 제한적이에요. 나머지 대부분의 '음치'는 지각 문제가 아니라 운동 제어 문제라서 보컬 트레이닝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 테스트로 절대음감 여부를 알 수 있나요?

아니요. 이 테스트는 두 음을 비교하는 상대음감 과제예요. 절대음감 검사는 기준음 없이 단일 음의 이름을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한국어도 성조 언어인가요?

아닙니다. 한국어는 성조 언어가 아닙니다. 중국어(만다린)나 베트남어와 달리, 한국어는 음높이로 단어 의미가 바뀌지 않아요. 경상도 방언에 부분적 성조 요소가 있지만 표준어는 비성조 언어입니다.